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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우XP를 버리세요" MS의 황당 마케팅

by (주)엠플 2013. 5. 10.

윈도우즈 점유율 93.1% 육박… 인터넷익스플로러 점유율 미국 두 배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즈XP가 위험하다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내년 4월8일 윈도우즈XP 지원을 전면 중단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에 따르면 내년 4월8일 이후에는 추가 업데이트나 최신 드라이버 지원이 전면 중단되고 보안 패치도 제공되지 않는다. 치명적인 보안 위험이 발견되더라도 윈도우즈XP 사용자는 아무런 지원도 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4월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윈도우즈XP 점유율은 여전히 31.4%에 이른다. 컴퓨터 10대 가운데 3대 꼴로 아직 윈도우즈XP를 쓰고 있다는 이야기다. 윈도우즈7이 54.4%로 가장 높고 지난해 출시된 윈도우즈8은 4.6% 밖에 안 된다. 윈도우즈비스타가 2.7%, 모두 더 하면 마이크로소프트의 점유율은 93.1%에 이른다. 맥OS는 2.3%, 리눅스는 0.3% 밖에 안 된다.
한국 운영체제 점유율. 윈도우즈XP의 점유율이 많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세계 평균보다 훨씬 높다. 윈도우즈 전체 점유율이 93.1%에 이른다. 이하 그래프는 모두 ⓒStatcounter 자료. 세계 평균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마이크로소프트 중독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절감할 수 있다. 세계 평균은 윈도우즈XP가 21.2%, 윈도우즈7이 53.5%, 윈도우즈비스타가 5.9%, 윈도우즈8이 5.3% 등 마이크로소프트 전체 점유율이 86.2%다. 맥OSX가 7.3%, 리눅스가 1.2%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마이크로소프트 점유율이 높을 뿐만 아니라 그 가운데서도 윈도우즈XP의 점유율이 특히 높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즈XP 폐기 캠페인 1400만명에 이르는 윈도우즈XP 이용자들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 어렵다. 마이크로소프트에 따르면 윈도우즈XP는 윈도우즈7 서비스팩1보다 세 배 이상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윈도우즈XP는 2001년 10월에 출시됐다. 원래 마이크로소프트는 기본 5년에 5년 연장 지원을 하는데 윈도우즈XP는 점유율이 워낙 높아 예외적으로 2년 추가 지원을 하고 있다. 윈도우즈XP의 점유율은 한때 85%에 육박하기도 했으나 후속 제품인 윈도우즈비스타는 크게 달라진 게 없는 데다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비판 때문에 25%를 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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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는 “3월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개인용 컴퓨터는 모두 4529만대, 이 가운데 1480만대가 아직 윈도우즈XP를 쓰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내년 4월8일이 지나면 치명적인 보안 위험이 발생해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결국 새 제품 사라는 말 아니냐”고 묻자 “급변하는 인터넷 환경에서 11년이 지난 제품을 계속 쓰는 것은 매우 위험할 뿐만 아니라 기술 지원을 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자사 제품을 위험하다며 버리라고 요구하는 이런 배짱 마케팅은 여전히 윈도우즈 이외의 대안이 없는 우리나라 인터넷 현실 때문에 가능하다. 금융 거래에서 공인인증서가 의무화돼 있고 국세청 연말 정산 등에도 수없이 많은 액티브엑스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윈도우즈를 쓰지 않을 방법이 없다. 윈도우즈XP를 버리라는 말은 곧 윈도우즈 7이나 윈도우즈8을 구매하라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는 “윈도우즈XP 이용자가 여전히 이렇게 많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윈도우즈XP 이용자들 가운데 불법 복제 소프트웨어 이용자들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들이 아직 정품 업그레이드로 상위 버전으로 전환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소기업일수록 윈도우즈XP 점유율이 높은데 운영체제 마이그레이션을 미루면 보안 위험 때문에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오병일 정보공유연대 대표는 “윈도우즈XP 점유율이 이렇게 높은 건 액티브엑스로 떡칠이 된 웹사이트 등 윈도우즈 이외의 다른 운영체제를 쓸 수 없는 폐쇄적인 인터넷 환경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오 대표는 “최근 일련의 해킹 사태에서 보듯 한 나라 전체가 특정 운영체제를 쓰면 보안 취약성이 높아진다”면서 “새 윈도우즈로 바꾸라는 캠페인을 벌일 게 아니라 윈도우즈의 점유율을 낮추려는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위)과 한국(아래)의 운영체제 점유율 비교. 한편 윈도우즈의 높은 점유율 덕분에 우리나라는 웹브라우저도 인터넷익스플로러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3월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익스플로러의 점유율은 69.8%에 이른다. 그나마 2010년까지만 해도 94.7%를 웃돌았는데 구글 크롬과 모질라 파이어폭스가 각각 21.8%와 2.9%까지 늘어나면서 의존도가 낮아진 상태다.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 덕분에 사파리 점유율도 4.1%까지 늘어났다.
흥미로운 대목은 외국은 이미 크롬의 점유율이 인터넷익스플로러를 넘어섰다는 데 있다. 세계 평균은 지난해 5월 역전됐다. 3월 기준으로 인터넷익스플로러 점유율은 27.9%, 크롬은 41.2%에 이른다. 파이어폭스도 19.7%, 사파리도 8.0%에 이른다. 우리나라 인터넷익스플로러 점유율이 세계 평균 대비 두 배가 넘는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인터넷익스플로러 점유율이 가장 높은 나라다.

우리나라는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 모바일이 온라인을 잠식하는 속도도 빠르다. 온라인과 모바일 점유율 비교(위)와 모바일 운영체제 점유율(아래). 모바일에서는 구글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오 대표는 “국가 차원에서 인터넷익스플로러 사용을 강제하면서 윈도우즈 이외의 운영체제를 쓸 수 없도록 강제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인터넷익스플로러 점유율이 높으니까 인터넷익스플로러 중심으로 웹 사이트를 설계하고 다른 웹브라우저 이용자들을 차별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대표는 “웹 표준과 웹 접근성 원칙을 강화하면서 정부 기관을 중심으로 오픈소스 운영체제를 보급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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